오늘날 필립스는 헬스테크, 가전, 조명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브랜드입니다. 심장 초음파, 전동 칫솔, 스마트 조명까지—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필립스의 기술은 사실 130년 전,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에서 한 엔지니어의 발상에서 시작됐습니다. 바로 제라드 필립스가 만든 '작은 전구 공장'이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전구에서 시작된 기술 기업
1891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제라드 필립스는 자신의 아버지 프레데릭과 함께 Philips & Co.라는 회사를 설립합니다. 당시 그는 전기 기술에 매료되어 있었고, 산업 혁명기의 기술적 가능성을 신뢰했습니다. 두 사람은 탄소 필라멘트 전구를 자체 생산하면서 유럽 전역의 전기 조명 수요를 겨냥하기 시작합니다.
제라드는 기술 개발에 몰두했고, 아버지 프레데릭은 자본과 경영을 책임졌습니다. 특히 아인트호벤은 철도와 항만이 가까워 공급망 확보에 유리했기 때문에 빠르게 사업이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동생 안톤의 합류와 사업 확장
1895년, 제라드의 동생 안톤 필립스가 회사에 합류합니다. 그는 뛰어난 세일즈 감각과 국제적 안목을 갖고 있었고, 이후 필립스의 해외 수출과 대형 계약 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제조는 제라드, 영업은 안톤. 이 균형은 필립스가 단순한 전구 회사를 넘어 기술 중심의 종합 전기 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밑바탕이 됩니다. 1910년대에는 유럽 내 전구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며 세계 최대 조명 기업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됩니다.
전자와 의료, 두 갈래의 성장
1920년대, 필립스는 진공관(라디오 튜브) 생산에 성공하며 가전과 전자 분야로 사업을 확대합니다. 라디오, 텔레비전, 카세트플레이어 등 소비자 가전의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았고, 전 세계 각국에 생산 및 유통 거점을 마련하게 됩니다.
한편, 1930년대부터 필립스는 의료기기 개발에도 발을 들이게 됩니다. X-ray 장비, 심전도 측정 장치, 초음파 기술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의료기기 전문 기업’으로서의 정체성도 병행하게 됩니다.
이후 헬스케어 부문은 필립스의 핵심 전략 사업으로 자리잡으며 가전과 조명, 그리고 헬스테크의 3축 구도를 형성하게 됩니다.
브랜드 철학과 기술 중심 전략
필립스는 ‘사람을 위한 기술(innovation and you)’이라는 철학을 강조하며, 일상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기술적 가치 제공을 기업의 중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 방향성은 제품 디자인, 품질 기준, 지속 가능한 소재 사용 등에서 지속적으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기업 특유의 윤리적 기준과 사회적 책임 이행에 앞장서며 ESG 경영, 친환경 생산설비, 의료 접근성 확대 같은 영역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마무리
필립스는 단순한 가전 브랜드가 아닙니다. 조명에서 시작해 전자, 의료기기까지 사람의 일상과 생명을 아우르는 기술 기업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제라드 필립스와 그의 가족이 세운 이 작은 회사는 1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변화에 적응하며 ‘생활 속 기술’의 기준을 제시해왔습니다. 오늘날 필립스의 제품이 있는 그 공간에는, 보이지 않지만 오래된 기술에 대한 신념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