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석유 정제 산업을 이야기할 때, S-OIL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단순히 주유소 브랜드를 넘어서,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에너지 전반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성장한 S-OIL. 그러나 그 시작은 국내 기업이 아닌, 외국계 자본과 기술이 결합된 합작 형태로 출발했습니다.
1970년대, 한국은 산업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었지만 에너지 공급망은 아직 취약했습니다. 1,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안정적인 원유 수급이 절실했던 시점에, 1976년 ‘한국이소석유(주)’가 탄생합니다. 이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합작 형태의 정유회사로, 국내 최초로 사우디 원유를 직접 도입해 정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1977년, 울산 온산에 첫 정유공장이 가동되며 국내 정유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고, 이후 1980년대까지 ‘유공(兪公)’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서서히 브랜드 인지도를 넓혀갔습니다.
1999년, 유공은 보다 명확한 글로벌 전략과 브랜드 통합을 위해 사명을 바꾸게 됩니다. 이때 탄생한 이름이 바로 S-OIL. 여기서 ‘S’는 사우디(Saudi), 에너지(Superior Energy), 그리고 친환경(Sustainable)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사명 변경은 단순한 명칭 개편이 아니라, 사업 구조의 전환을 의미했습니다. 석유 기반 정제 중심에서 석유화학, 고급 윤활유, 수출형 생산까지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S-OIL은 설립 초기부터 사우디 아람코(Aramco)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해왔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아람코가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더 강력한 수직계열화를 실현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S-OIL은 국내 정유사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으며, 글로벌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강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울산 온산단지 내에 구축한 RUC(잔사유 고도화) 시설은 단순한 원유 정제를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최근 S-OIL은 화석연료 중심 구조를 넘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핵심 경영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수소 생산 및 유통, 바이오 연료 개발, 탄소중립 공정 도입 등 ESG 경영 실천에 집중하고 있으며,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을 통해 수소 기반 에너지 네트워크도 함께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전국 단위의 주유소 브랜드 관리, 고급 윤활유 브랜드 ‘세븐(SEVEN)’ 런칭, 지역사회 기여 활동 등도 활발히 진행하며 단순한 정유기업에서 ‘에너지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포지셔닝을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S-OIL의 창업 이야기는 한국 산업이 자국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넘어서기 위해 해외 자본과 협력을 선택한 독특한 사례입니다. 기술력과 자금, 그리고 정책의 결합이 만든 구조 속에서 S-OIL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의 에너지 산업을 뒷받침해온 중심축이 되어 왔습니다.
앞으로 석유 중심 시대가 저물어가더라도, S-OIL은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 맞춰 그 정체성과 역할을 유연하게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한 번의 선택이 지금의 시장 구조를 만들었듯, 이 기업의 다음 10년도 정유를 넘어선 에너지 전략에서 결정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