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의 발명자가 창립한 통신 기업. AT&T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통신산업의 방향을 결정지은 기업 중 하나입니다. 디지털 시대 이전, 전화선 하나로 연결되던 그 시절부터 지금의 5G와 위성통신까지.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AT&T가 있었습니다.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를 발명하면서 통신의 시대가 열립니다. 그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용화를 위해 1877년 벨 텔레폰 컴퍼니를 세웁니다. 이 회사는 전화기 제조와 지역별 전화망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며 미국 통신 시장의 기초를 만들어 갑니다.
점차 통신망이 넓어지고 지역을 넘어선 연결이 필요해지면서, 1885년 장거리 통신을 담당할 목적으로 American Telephone and Telegraph Company, 즉 AT&T가 설립됩니다. 이후 AT&T는 모회사 역할을 하며 미국 전역의 통신망을 통합하고 관리하게 됩니다.
1900년대 초, AT&T는 대규모 교환국과 유선 전화망을 전국에 설치하며 미국 사회를 실질적으로 연결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롱라인 시스템을 통해 장거리 통화가 가능해지자 정부는 AT&T를 국가 기반 시설로 간주하게 됩니다.
1913년, 정부와 AT&T는 킹스버리 커미트먼트라는 협약을 체결합니다. 이는 경쟁사들의 시장 접근을 허용하되, AT&T가 핵심 인프라 운영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장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AT&T는 미국 통신 표준을 설정하고 유지하는 중심축이 됩니다.
AT&T는 1925년, 자체 기술 개발을 위해 벨 연구소를 설립합니다. 이곳은 이후 통신 산업뿐 아니라 정보기술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트랜지스터, 통신 위성, 디지털 교환기, 레이저 기술 등 많은 핵심 기술이 이곳에서 개발되었으며, 운영체제 유닉스와 프로그래밍 언어 C도 벨 연구소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로써 AT&T는 단순한 통신 회사가 아닌, 과학 기술의 중심으로 부상합니다.
오랜 기간 시장을 독점해온 AT&T는 1980년대 들어 정부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1984년, 미국 법무부는 반독점 소송을 통해 회사를 분할하도록 명령합니다. 그 결과 7개의 지역 통신 회사가 독립하게 되었고, AT&T는 장거리 통신과 장비 부문을 유지하는 구조로 바뀝니다.
이러한 분할은 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AT&T는 그 속에서도 기술 혁신과 브랜드 전략을 통해 중심 기업의 자리를 이어갑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접어들며, 통신 산업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게 됩니다. AT&T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선 사업에 집중하고, Cingular Wireless 등과의 합병을 통해 새로운 모바일 중심 기업으로 재정비합니다.
오늘날 AT&T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로, 5G, 인터넷 서비스, 위성 방송, 클라우드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습니다. 기업 고객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 대상 서비스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통신 기술의 진화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AT&T의 창업 이야기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기술의 발명 → 산업화 → 표준화 → 분할 → 재통합]으로 이어지는 통신 산업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발명가의 손에서 시작된 전화기는 세계 최대의 통신 인프라 기업으로 자라났고, 그 안에는 기술, 제도, 사회 변화가 모두 얽혀 있습니다. AT&T는 지금도 여전히 변화의 중심에 서 있으며, 그 창업 스토리는 ‘기술이 어떻게 산업이 되는가’를 묻는 모든 이에게 의미 있는 교과서로 남아 있습니다.